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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플랫폼

<플랫폼> 섹스에 대해 지적인 대화를 하는 유료 모임?; 독서모임 트레바리 광고를 보고.

 

 

 

잠 자기 전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살펴본다.

지인이나 팔로우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삐까뻔적하게 잘 사는 지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을 일부러 더 느끼려고 한동안 잘 보지 않으려고 했던 인스타그램을 요즘 더 보고 있다.

 

내가 어떤 것을 성취하고자 할 때, 또는 게으름에 빠져있을 때 인스타그램을 보면 진짜 이처럼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곳도 없다. 어찌나 다들 이쁘고 멋지고 어린 나이에 그런 자동차를 몰고 좋은 집을 살고 좋은 곳을 여행하는지.. 

부지런해야지 그리고 안주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 절제하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다잡을 수 있다.

 

질투는 나의 힘이다.

 

아무튼, 여느때처럼 인스타 스토리를 넘기다보면 중간 중간 으레 스폰서드 광고가 보이기 마련이다.

본 블로그에서 포스팅을 하였던 월 구독 면도기 광고부터 시작해서 요즘은 남성들한테 좋다는 영양제 광고가 특히 많다.

 

그러다가 최근 인스타에 책 관련 해시태그를 한 번 단 뒤로는 트레바리에 대한 광고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무슨 여행회사인가 하고 넘겼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이런 광고가 보였다.

 

 

 

더워보이지 않으신 복장의 젊은 여자 CEO 사진이 나오고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섹스에 관한 지적인 이야기를 해본적이 있냐니..

 

이런 건 보통 클릭을 안 할 수가 ㅇ벗다. 

 

트레바리라는 회사의 유료 독서 모임 중 하나 이고 4개월 동안 29만원 가량 (대략 월 7만원 정도의 회비)을/를 내고 사비를 들여 책을 구매하여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한 회에 4시간의 독서 토론을 아지트라고 불리는 특정 장소에서 진행하는 그런 모임이라고 한다.

 

유료로 진행되는 독서모임이라니.. 생전 듣지도 못한 구상이었다. 이거 수료하면 라이센스라도 주나해서 보면 그런 것도 없다. 오히려 돈을 내고 어찌보면 사서 고생을 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창업 4년 만에 6,000 여 명의 회원을 모집하고, 손정의 아저씨로부터 50억 원 가량의 투자유치를 받았다고 했다.

창업자인 윤수영 대표는 비슷한 또래여서 더 관심이 갔다. 다음에 입사했다가 1년만에 회사를 나와서 회사를 창업하였다고 한다. 혼자서 몇 개월 간 운영하던 작은 모임이 20 여명의 직원들이 생긴 회사가 되었다. 

 

요즘 한창 보고 있는 창업 관련 강의에서 카피라이팅과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것에 성공하면 그것이 구매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꼭 심리학 책을 읽는 게 좋다고..

 

트레바리를 돈 주고 가입해서 모임을 활동해보진 못했지만 광고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지적 허영심에 대한 충족을 잘 자극한 것이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외로움이 많아지는 이 도시에 관계를 맺고 싶어하고 교류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잘 홀렸다.

 

거기에 저 섹스에 대한 지적 이야기라는 카피라이팅은 거의 방점을 찍은 것이다. ㅋㅋㅋㅋㅋ

 

게다가 여자랑 남자의 성비까지 그래프로 나타난다 ㅋㅋㅋㅋㅋ

 

 

'둘 다 아님'은 잘 이해가 되진 않는다. 유전적인 성별이 아니라 트랜스젠더라고 하여도 분명 성별을 바꾼 것이긴 한데. 아니면 어떤 유전 질환자가 22 퍼센트나 된다는 것인가? 뭐 내가 젠더감수성이 좀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ㅎㅎ

 

 

이게 무슨 이태원이나 홍대, 강남의 클럽은 아니더라도.. 인간의 어떤 부분을 제대로 타겟팅하고 노리는 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창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상당히 흥미롭고 어느정도 참고할 만한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돈, 번식, 생존과 같은 인간 본성의 탐구가 기저에 깔려져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트레바리가 저 세가지 중에서 '번식'이라는 부분을 잘 노린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적인 허영심의 충족도 결국은 상대로부터 보이는 매력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하는 교류에 대한 욕망 역시도 마찬가지다. 

너무 멀리간 해석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성별 그래프를 보고 어느정도 합리적으로 생각해 낸 것이다. 

내 생각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니까, 태클을 받아도 어쩔수 없지만... 

 

사람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반응이 있는 것 같다. 

 

 

트레바리가 위험이 될 만한 요소들도 몇 가지가 보였다.

 

 

 

1. 파트너 회원 열정페이 논란

 

 

 

 

비판 기사중에 제일 최근에 있었던 기사로는 파트너 회원의 '열정페이'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트레바리에는 대략 회원이 15~20 여명 가량의 독서 모임들이 여러 개 있고 그 중에 그 모임의 스태프 같은 역할을 하는 회원들이 있다. '파트너 회원'이라고 부르며 트레바리의 직원이 아닌 회원이 해당 모임을 출결관리, 독후감 독려, 도서 선정 투표, 단톡방 운영, 공지 전달 같은 일을 한다고 한다. 등록비를 면제해주고 약 9만원 가량의 활동비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공지에서 모임의 재등록률이 떨어진 모임의 파트너 회원의 경우에는 파트너로 트레바리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해당 내용을 인터넷에서 살펴보았을 때 강한 어조는 아니었지만 분명 본사의 직원이 아닌 고객, 즉 이용자이자 회원이고 CS는 결국 피할수 없는 문제이면서 사업이 유지되기 위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2. 코로나 19 사태

 

 

 

 

트레바리라는 회사는 플랫폼 비지니스지만, 매체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면 사실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보다는 아지트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정기적인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제일 메인이자 핵심이라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국의 화두인만큼 트레바리도 코로나 19로부터 자유로울수는 없을 것이다. 윤수영 대표는 10년 뒤에 뜨는 사업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업을 빅 비지니스로 지향한다고 한다. 지적으로 가치를 공유하고 교류하고 싶은 욕구는 10년 뒤, 100년 뒤에도 존재할 것이라는 게 윤수영 대표의 이야기였다.

상당히 맞는 말이지만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이번 전염병 사태를 겪고서 상당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하는 모임을 나라에서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을뿐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도 점점 자발적으로 이를 꺼리고 있다. 코로나 19는 오프라인 모임을 지향하는 트레바리에게 있어서 상당히 위험 요인이다.

 

물론 코로나는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다면 지나갈 것이다. 다만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있는 현재 경제상황, 위축된 소비심리가 과연 회복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이후로도 이어져 나갈 지, 아니면 어떤 형식으로 변화될 지에 대한 것이다.

 

 

3. 내 생각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만큼이나 충격을 주었던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그 후를 살펴보면 위축된 심리들이 어떤 양상으로 변했는지 알 수 가 있다. 상당히 여러 형태들이 나왔는데 

위축된 소비심리가 다른 방향으로 재밌게 나온 것 중에 하나가..

 

 

 

 

욜로(YOLO)와 FLEX 다. 미래의 위험과 소득으로 자가를 소유하기가 힘들다는 절망으로 인해 사람들이 미래에 큰 돈을 바라며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더 충실하고 본인 소득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사치로 명품 의류나 악세서리등을 많이 구매하게 되면서 이 시기의 '구찌'나 '루이비통' 같은 해외명품회사들의 매출과 신장률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주가 역시 크게 반등하였다고 한다. 

 

연일 말도 안되던 주가와 각종 지수의 하락폭을 보여주며 큰 충격을 남기고 있는 코로나 19 이후도 분명 이 위축된 심리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감히 예측하건데 1인 가구의 비율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외식보다는 배달업이 더 발달할 것이다. 음식점은 점점 클라우드 키친의 형태로 갈 것이고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시장이 훨씬 더 신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다들 누군가를 만나고 데이트도 하고 야외활동을 하기야 하겠지만 내 상상은 자유니까. 

 

정리하면 앞으로는 온라인이라는 영역에 좀 더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레바리는 결국 플랫폼 비지니스이다.

 

플랫폼이란 것은 양면 시장이다. 플랫폼 안에서 공급자와 이용자가 만나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열정페이는 분명히 잘못된 방식이긴 하지만 파트너 회원을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것은 옳은 접근 방식이다. 대신에 보다 더 구체적이고 집중하여 연구하고 구상해야한다. 

 

'우버'는 서비스 확장을 위해서 우버의 드라이버가 직접 라이더(고객)을 유치한다. 우버의 운영진이 한 것은 드라이버의 유치였다. 플랫폼의 이용 고객은 드라이버와 라이더 모두이지만 라이더는 드라이버가 직접 유치하는 방식이다. 드라이버와 라이더의 상호작용으로 우버는 더 많은 이용이 이루어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 (트레바리의 열정페이와는 다른 점이 우버의 경우에는 드라이버가 서비스 제공과 이용객 유치에 대한 적정 보수를 받으면서 진행이 된다는 점이다.)

 

트레바리는 플랫폼 비지니스를 하는 다른 회사들을 보면서 위험을 타계할 필요가 있다.

 

'에어비앤비'는 플랫폼을 제공하지만 서비스는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호스트가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앱도 구글 외에 앱 개발자가 앱을 제공한다. 

플랫폼 비지니스를 하는 회사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비스의 품질 관리를 돕는 것이 우선이고 가치의 창출은 회사조직 외부의 이용자들에게서 일어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경영진들은 이 고민을 사내가 아닌 외부 이용자들로부터 찾아내야 할 것이다. 윤수영 대표에게 어느정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글을 몇 자 적어보았다. 학벌도 좋고 사업도 성공시킨 사람이니 나보다 더 잘 알겠지만..

 

 

ANYWAY.

 

섹스를 위한 지적 이야기 저 모임은 끌리긴 하는데 5월에 저 모임 한 차례하고 귀가길의 공허한 느낌을 떠올려보면 

월 7만 원 가량의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귀가길에도 내 옆에, 지적인 이야기 외에도 사적인 이야기도 나눌수 있는 여자가 있다면 가치는 있을 것 같긴 할 것 같다. 물론 당장에 내 할 일 처리하는게 더 급하긴 하다.